ANDTAX의 추억 / / 2022. 9. 5. 20:03

"물에나라"의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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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산훈련소 폐렴 투혼기: 공익법무관의 좌충우돌 군생활 이야기

혹시 훈련소에서 폐렴에 걸려본 적 있으신가요? 저는 2015년, 28살의 늦깎이 나이에 공익법무관으로 논산훈련소에 입소하여 잊지 못할 경험을 했습니다. 과도한 찬물 샤워로 인해 폐렴에 걸려 병원 신세를 지게 되었고, 메르스 사태까지 겹쳐 가족들의 걱정은 이만저만이 아니었죠. 하지만 저는 포기하지 않고 수료식에 참석하기 위해 치료 포기 각서까지 썼습니다. 웃음과 감동이 함께하는 저의 훈련소 폐렴 투혼기를 지금 바로 확인해보세요


 

    저는 2015년 로스쿨을 졸업하였는데, 당시 나이는 28살이었습니다. 군 입대 전에 로스쿨에 입학하였기 때문에 2015년 4회 변호사시험을 합격한 이후에야 군입대를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현재는 그 수가 많이 줄었지만, 저는 공익법무관이라는 보직으로 근무를 하였는데, 기초군사훈련(당시 4주)를 받고 법무부 교육을 수료한 다음, 2015. 8. 1.자로 복무를 시작하여 36개월이 지난 2018. 7. 31.자에 소집해제를 할 수 있었습니다.

 

    정확한 시기는 기억이 안나지만, 봄이 끝나가는 와중에 기초군사훈련을 가게 되었고, 그곳은 누구나 알고있는 논산훈련소였습니다. 논산훈련소에 입대하는 많은 사람들이 있었지만, 저와 함께 줄을 선 사람들은 20대 후반, 늦으면 30살까지 늙수구레한 사람들이었습니다. 같은 공익법무관 동기들이었습니다.

 

    자유로운 삶과 고시생이라는 지위에서 변호사라는 권위를 누리기에는 너무 짧은 시간이었습니다. 논산훈련소는 장교도 아니고 공익요원도 아닌 이 아저씨들을 얼르고 구스르며 훈련을 시켰어야 했고, 늦은 나이 완장을 찬 훈련병들은 세상의 모든 부조리의 한가운데에 있다고 생각할 수 밖에 없었던 것 같습니다.

 

    제 동생은 저보다 더 빨리 입대를 해서 제가 입대를 하기 전에 제대를 해버렸습니다. 동생 기준으로 군생활을 간접경험한 저는 적당히 시키는 것만 하라는 동생의 강력한 권유에도 이른바 "통제된 자유"를 누리며 애국심을 고취시켰습니다. 모든 훈련에 참가하고, 참가한 모든 훈련에서는 체력 다하는대로 열심히 하였습니다. 

 

    문제는 저의 체력이 문제였습니다. 저질체력은 아니지면 체력이 상당히 저하되어있었던 것입니다.

 

    땀이 많던 저는 주변 동기들에게 냄새로 피해를 주기 싫어서, 수시로 찬물로 샤워를 했습니다. 쉬는 시간, 훈련종료, 심지어 등목도 서슴없이 했습니다. 논산훈련소는 혹여나 늙은 훈련병들이 더위에 죽을까봐 에어콘도 빵빵하게 틀어주었는데, 이미 땀을 식히고 물이 마르지 않은 저는 그 바람이 시베리아 강풍같았고, 감기에 걸렸으며, 이러한 감기에도 병원을 가지않아 먼지가 가득한 논산훈련소에서 폐렴으로 발전하고 말았습니다.

 

    제가 어지럼증에 마지막 훈련인 종합각개전투 훈련에 참석하지 못하고, 기침하는 휴지에 피가 섞여 나오자 논산군사병원으로 가라는 군의관의 지시가 있었습니다. 마지막 훈련을 빼먹고 쉬는 것은 너무 좋았으나, 그 와중에도 링겔에 연결되어 씻지 못하는 것이 불편했습니다.

 

    제가 입원하자 군의관과 간호장교는 제 눈치를 보았습니다. 반나절 정도가 지나자 말을 걸어주었는데, 알고보니 제가 입원하기 직전에 입원한 공익법무관 훈련병이 치질을 이유로 입원했는데, 한 간호장교가 "너 치질로 입원했다며?"라고 하여 상당한 모욕감을 느꼈고, 명예훼손으로 고소한다고 하자 울며 사과했다는 것입니다. 제 기준으로 이러한 행동 또한 늙어서 완장을 찬 훈련병이 느낀 부조리에 대한 외침입니다.

 

    오히려 저는 특별히 공손하게 대하거나 하지 않았음에도, 모든 간호장교와 군의관은 쉬는 시간에 저를 찾아와 수다를 떨기도 하고, 시덥잖은 농담을 하기도 하였습니다. 그리고 한 간호장교는 "나가서 더 큰일 소중한 일을 할 사람이다. 절대 몸 상하게 무리하지 말고 몸을 아껴라"고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감사한 나머지 메모장을 찢어 감사인사편지를 남겼는데, 전달이 되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제가 이렇게 간호장교와 썸을 타던 무렵, 집은 난리가 났습니다. 2015년은 메르스 사태로 나라가 시끄럽던 와중으로, 논산훈련소 담당 소대장은 저희 어머니에게 "아드님이 폐렴에 걸려 입원하였으나, 특별한 일이 없으면 잘 치료받고 나갈 것이다"라고 하였고, 어머니는 아들이 메르스에 걸렸는데 군대에서 이를 숨기는 것이다 얼른 가봐야 한다는 음모론자 사장님에게 속아 하루아침에 논산에 오려고 하신 것입니다. 소대장은 정말로 거짓말이 아니라고 이야기하고 어머니가 논산에 오지 않기로 하신 다음에야 저에게 이야기해주셨습니다. 어머니가 오시기로 하셨는데 굳이 안오셔도 된다고 말씀드렸다는 말에 "그렇군요"라고 대답하였으나, 어머니의 이야기를 들으니 어머니의 걱정도 뒤늦게 이해가 되긴 했습니다.

 

    폐렴이 전파성이 있는지 알 수가 없으니 수료식에 참석할 수 없다는 군의관의 말에, 무조건 수료해야한다고 하고 치료포기각서를 작성했습니다. 사실 저는 퇴원하고 별도의 치료를 더 받지는 않았으나, 법무연수원 교육 당시 독방을 받는 혜택을 누렸습니다.

 

    이렇게 논산훈련소에서 과도한 찬물샤워로 폐렴까지 걸려버렸는데, 당시 논산훈련소 샤워장에는 "물에나라 계백연대"라고 쓰여져있었습니다. 물이 사는 나라인지 물의나라의 오타인지는 각설하고, 아직도 제 동기들은 물에나라 고재민으로 저를 부르고 있습니다.  


논산훈련소 폐렴 투혼기, 어떠셨나요?

저의 좌충우돌 군생활 이야기가 여러분께 웃음과 공감을 선사했기를 바랍니다. 혹시 비슷한 경험을 하신 분들이 있다면 댓글로 이야기를 나눠주세요. 앞으로도 재미있고 유익한 콘텐츠로 찾아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더 많은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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