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DTAX의 추억 / / 2022. 9. 5. 00:49

마라톤의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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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에서야 저는 런데이 라는 어플을 통해서 30분 연속달리기를 연습하고 있습니다. 이 어플 전에는 요령도 없이 좋은 런닝화가 있고 오래 달리다보면 언젠가 달리기 실력이 늘거라고 여기고 달리다가,  마라토너가 감수하였다는 이 어플의 트레이닝 코스를 통해서 드디어 30분 연속달리기 트레이닝의 끝마무리에 다가가고 있습니다.

 

    트레이닝 코스를 밟아가며 알게된 것은, 제가 발끝이나 발바닥에 과도한 힘을 주고 달리는 습관이 있다는 것을 알게되었습니다. 발이 피로해지니 다리나 다른 신체가 지치기 전에 과도하게 발이 빨리 지쳐버려서 발의 피로를 신경쓰며 달리니 호흡도 고르지 않게 되고, 결국 오래달리지 못하게 되었던 것입니다. 저는 가뜩이나 발도 넓고 짧은 편이다보니, 발에 힘을 주면 더 잘 달릴거라고 생각해왔던 것입니다. 발에 힘을 빼고 가볍게 다리를 움직이니 호흡도 편해지고, 30분을 내리 달리는 동안 숨이 조금 차는 것 외에는 지치지 않게 되었습니다. 35년간 달리는 법을 모르던 제가 이제 더 빨리 더 오래 달리는 연습만이 남게 된 것입니다. 종종 잘못된 습관이나 기억은 삶을 왜곡시키기도 하고, 부담감이나 경직된 마음은 오히려 사람을 지치게도 만드는 것입니다.

 

    제가 법조신문 칼럼게재 추천을 받았을 당시, 저는 글을 쓰는 것에 질려있었습니다. 소송업무의 대부분은 변론과 서면작성이고, 원하든 원하지 않든 글을 계속 짜내서 써야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어느 순간 칼럼을 하나씩 써가며, 제가 하고 싶은 말을 정제하다보니 예전 글을 쓰면서 즐거워 하던 기억이 되살아났습니다. 글의 힘과 창작의 즐거움이 다시금 살아났습니다.

 

    재미나 흥미 위주의 글이었지만, 동기를 포함한 주변 사람으로부터 글 재밌게 잘 읽었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그러한 글을 보고 관심을 보인 사람 중에서는 판사님도 계셨습니다. 법정에서 저는 따로 변호사자격이 있다고는 이야기하지 않기 때문에, 판사님은 그 글을 통해서 제가 국세청에서 근무하는 변호사라는 것을 알게 된 것입니다. 재판 중에 판사님은 저에게 글을 잘 읽었다거나, 상대방 변호사에게 저의 글을 읽으라고 권유하는 등의 이야기도 하셨습니다. 참으로 쑥스럽기도 하면서도 자랑스러운 시간이었습니다.

 

    그러한 해프닝이 일어난지 얼마 되지 않은 후에, 어느 한 판사분이 다소 부적절한 내용이 있는 칼럼을 다른 판사에게 공유하였고, 그 칼럼은 그 판사가 마라톤에 대한 자신의 글을 쓴 것이라고 하였습니다. 칼럼을 전달받은 판사가 그러한 행동을 문제삼았고, 그러한 일로 그 판사님은 다른 부서로 옮기게 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후에 직접 그 칼럼을 읽을 기회가 있었는데, 그 마라톤 칼럼을 쓴 사람이 저에게 칼럼을 잘 읽었다고 칭찬해주신 판사님이라는 점을 알게되었고, 그 판사님의 아내분이 사별하셨으며, 아내분은 취미로 마라톤을 하는 자신의 남편이 마라톤을 하다가 다치지 않도록 부상이 자주 발생하는 부위나 마찰이 심하게 발생하는 부분에 바세린이나 크림을 발라주었었고, 지금은 아내가 발라주던 바세린을 직접 바르며 아내를 기억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되었습니다. 사별한 아내를 그리워하는 감정이 가득한 글이지만 아내 없이도 마라톤 준비를 씩씩하게 잘 하고 있다는 밝은 글이 오히려 담담하게도 느껴졌습니다.

 

    재판 진행 내내 밝고 활기찬 분위기로 진행하시던 그 판사님을 지금은 다른 부서에 배치되어 뵙지 못하고 있으나, 종종 재판을 가는 중에 어두운 표정으로 지나가시는 모습을 지켜본 적은 있습니다. 법정 밖에서 판사님에게 인사하는 것도 어려운 일이지만, 저는 그러한 판사님을 멀리서 바라보고 못본척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런데이 어플은 달리면서 여러가지 팁이나 자세교정, 응원 등을 하고, 그 중에는 겨울철에는 얼굴이나 마찰이 심한 부분에 바세린이나 크림을 바르라는 이야기도 해줍니다. 그리고 지금 혼자서 달리는 것이 아니라 지구 어디에서 이 시간에 함께 달리는 사람들이 있으니 외롭지 않다고도 이야기합니다. 그런 응원을 들으면 처음에는 우습다가도, 숨이 차오를때 그러한 한마디가 한발자국을 더 힘차게 내딛는 힘을 줍니다.

 

    저는 지금이라도 그 판사님을 뵈면, 다른 이야기 없이 위로하고 싶습니다. 이 순간 혼자가 아니고, 발에 힘을 빼고 달리시길 바란다고, 그리고 같이 달리고 싶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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