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DTAX의 추억 / / 2022. 12. 18. 22:25

'결심'의 추억

728x90
반응형

  최근 감명 깊은 글을 본 적이 있습니다. 장학금 수혜로 교수에게 수강포기(드롭) 신청 메일을 보낸 학생이 해당 교수님으로부터 받은 장문의 글인데, 요약하자면 교수 자신의 경험도 비슷한 일이 있었는데, 조기 졸업을 위해서 한 과목을 수강 포기할지, 이수를 할지 고민하였고, 당시 교수는 이수하는 것을 결정하였다가 조기졸업에 실패하고, 준비되어있던 대학원 진학도 불투명해졌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선택을 하면서 깨달은 것은 선택을 할 당시 후회를 하지 않도록 치열하게 고민하여야 하며, 그 이후 일어난 일에 대해서 감내하되 더 치열하게 고민하지 않아서 후회하지는 말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 교수님은 그러한 선택을 하고 나서 굉장히 난처하고 우울했으나, 동문회의 도움으로 장학금 등등 다양한 문제가 해결되었고, 학생도 그러한 선택에 있어 치열하게 고민하는 삶을 배우길 원한다는 것이 주된 내용이었습니다.

 

    우리는 삶에서 다양한 선택을 합니다. 저는 고등학교 2학년 당시 문과를 선택하였으나, 아버지가 기술을 배워야 하고, 의사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말에 이과로 전과를 하였으며, 전과를 한 이후에는 하필 해당 연도에는 의학부 축소가 이루어져 전국에 의대 대신 생명공학과, 생물학과, 기초의과학과 같은 의학전문대학원 진학을 위한 학부가 대거 생겨났고, 저는 인하대 기초의과학부에 진학하였었습니다.

 

    그러나, 가정 사정으로 진학도 문제가 생기고 진학하더라도 의학전문대학원까지 진학할 상황이 안되어서, 부득이 고시를 시작하게 되었고, 저는 변리사 수험과 로스쿨 진학, 사법시험 중에 로스쿨 진학을 선택하게 되어 다시금 문과의 길을 걷게 되었는데, 변호사시험 합격 이후 군 복무, 그리고 제대 이후 국세청에서 근무하면서 크고 작은 선택을 하며 살아왔던 것입니다.

 

    저는 사실 많은 후회를 합니다. 처음부터 문과를 갔다면, 아니면 의학전문대학원 진학을 포기하지 않았다면, 국세청에 가지 않고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곳에 근무하였다면 등등 인생의 갈림길에서 다시 돌아가면 어떨까 하는 고민을 합니다. 물론 비트코인을 샀다면, 테슬라를 샀다면 같은 고민도 하고 말입니다.

 

    소송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때 그런 증거를 제출했다면, 반대로 하지 않았다면, 이기지 않았을까 등등 다양한 고민을 합니다. 저는 승소를 하여야 하는 변호사이기도 하면서 국민의 권리를 수호할 공무원이기도 했기에, 많은 갈등 속에서 소송업무를 했습니다. 

 

    상대방은 큰 병으로 실제로 사업을 영위한 적이 없는 아주머니이고, 실제로 사업을 영위한 것으로 보이는 사람은 아주머니의 친남동생으로, 결국 자신이 영위하지 않은 사업으로 세금이 부과되자 소송을 제기하였는데, 하필 변호사도 조세소송에 경험이 없는 사람이어서 소송 또한 말 그대로 개판이 되었습니다. 소송 중에 우편이 잘못 왔다거나, 공무원인 제가 일부러 대응을 하지 않았다던가 하는 다양한 모욕적인 언사도 있었습니다. 저는 아주머니의 민원을 담당한 직원으로부터 "이의제기하였던 것을 취하하겠다"는 서류를 받았다는 내용을 기반으로 소송을 진행하였는데, 하필 그 서류가 국세청 전산에 잘못 입력되었고, 그러한 점이 소송에 현출 되었습니다. 그러한 직원의 실수는 결국 소송을 패소로 이끌었습니다.

 

    옛날 티비프로중에서는 두 가지 결심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각 선택에 따라 이루어지는 결과를 보여주는 프로그램이 있었습니다. "그래, 결심했어!"라고 외치며 각 상황을 보여주는데, 반전 매력을 포함해서 정말 재미있게 봤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 당시에는 나비효과라는 개념이 통용되지 않았던 때이고, 많은 사람들은 쥬라기공원의 주된 주제가 나비효과(카오스 이론)이라는 점을 잘 모르고 있습니다. 작은 선택 또한 큰 결과를 만들고, 작은 선택이 어떠한 결과를 만들어 낼지도 모르지만 우리는 수많은 선택 속에서 살고 있는 것입니다.

TV인생극장 - 나무위키 (namu.wiki)

   

    저 또한 다양한 선택을 하고 후회를 하면서 깨달은 것이, 맨 위에 이야기한 교수님처럼 선택을 하고 결과를 감내하기 위해서는 선택할 당시 치열하게 고민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감정적으로, 우발적으로, 또는 대충 선택한 대가를 감내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사실, 결과가 좋지 않으면 치열하게 고민하더라도 인간적으로 이를 삼키기는 어렵지만, 적어도 당시에 나에 대한 자격지심을 갖지는 않게 됩니다. 그리고 선택을 통해서 결과를 얻으면, 이를 기억해 두었다가 다시금 선택할 시간이 오면 이러한 경험을 살려서 실수를 줄이거나, 더 빠른 선택을 하거나, 다른 선택을 해보고 다른 결과가 나오는지도 알 수 있습니다. 

 

    민사소송법에는 '변론종결'이라는 단어가 있습니다. 당사자 쌍방이 판결의 기초가 될 사실과 증거를 모두 제출하여 심리를 종결하는 것을 말하며, 약칭하여 "결심"이라고도 합니다. 즉 더 이상 재판에서의 다툼을 마치고 판결을 기다린다는 의미로, 판사는 "변론 종결하겠습니다"라고 하거나, "결심하시겠습니까"라고 원피고에게 묻기도 합니다. 여기서 적절한 대답은 "네 (결심을 구합니다)" 정도가 맞는 대답이고, 아니라면 "속행을 구합니다"라고 하면 됩니다. 많은 비법조인들은 속행을 "빠른 진행"으로 이해해서 "변론 종결해서 속행해주세요"라고 변호사에게 요청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초보 변호사는 변론종결과 결심이 같은 말인 줄 모르고 판사가 "결심하시겠습니까?"라는 질문에 무언가 결정해야 하는 줄 알고 "네! 결심하겠습니다"라고 대답한 변호사도 있다고 합니다. 

 

    결심을 할지 결심을 해야 할 때가 있고, 속행을 할지 결심을 해야 할 때가 있습니다. 여하튼 참 소송은 재미있는 일이 많습니다.

728x90
반응형

'ANDTAX의 추억'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공모전"의 추억 2  (0) 2022.12.25
"공모전"의 추억  (0) 2022.12.25
'제주도'의 추억  (0) 2022.12.12
'코로나'의 추억  (0) 2022.11.29
'브런치'의 추억  (0) 2022.11.28
  • 네이버 블로그 공유
  • 네이버 밴드 공유
  • 페이스북 공유
  • 카카오스토리 공유